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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집에 다녀와서....

최근 우리집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그러니까..14년가량을 해온 제과점을 추석때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브랜드제과점(파리바게트, 뚜레쥬르등..)에 밀려,
소규모 제과점들이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우르르 무너지고 있는것이
요즘 제과계의 현실이다.
매출도 점점 떨어져가고, 빵을 만드는것도 매우 힘이 많이 드는 일이라
이제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께서 그 일을 하시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제 뭘 하느냐 라는 것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식의 사고를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고,
다른사람이 이런식으로 말하는걸 보면 별로 좋게 생각되지 않았었는데,
이번엔 이런 표현을 써야만 하겠다.

하느님께서 모든 앞길을 준비해주신듯 너무나 멋지게 모든일이
차곡차곡 진행이 됐다.

9월 초쯤, 어머니가 9일기도를 시작하셨는데..
그때 꿈에서 추기경님을 봤다고 하신다.
그리고 다음날인가, 삼촌네 가게가 팔려서 우리집이 새로운 일을 벌일
자금이 준비가 되었다.

슈퍼마켓을 하기로 하고 한군데 자리를 봐 둔 후 제과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슈퍼마켓엘 갔는데, 2년간이나 내놨던 가게가 그제와서 안판단다.
매우 낡고 허름한 가게긴 했지만, 우리 자금엔 그정도상황밖에 안됐었고,
그 슈퍼가 날아간 바람에 우리는 정말 공중에 붕 떠버린 상황이었다.

다음날 부모님은 청주시내를 무작정 돌아다니며 가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정말 하느님께서 보살펴주신듯, 너무 멋진 편의점을 정말 싼값에 구할 수 있었다.
어제 가보고서야 알았지만. 보통 그정도 가게는 1억은 줘야 할만한 가게인데,
불과 5천가량으로 가게를 얻었다. 넓고 깨끗하고 시설도 잘 갖춰진
그런 편의점이다. 매상도 상당히 잘 오른다.

그리고 편의점을 얻느라 거의 자금을 다 쓰고, 이제 남은건 집을 옮기는 것인데,
그것도 오래되긴 했지만 좋은 주택을 얻어서 그저께 이사를 했다.
오늘아침에 커텐도 싹 치고 못도 밖고 여기저기 손을 보니
아늑하고, 마당도 넓고 참 좋다.

부모님도..정말 몇년만에 얼굴이 활짝 펴지셨다.
항상 집에 내려갈때마다 얼굴엔 피곤함과 짜증이 가득 배어있었는데..

더구나, 그동안 제과점을 하는동안은 가게 문을 항상 열어둬야 해서
식구가 다같이 바깥에 나간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기껏해야 아침이나 같이 먹을 수 있을뿐이었는데.
이제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어서 같이 외식도 하고,
부모님도 시간이 많아지셨다.

그동안 일만 하시느라 아무런 생활도 누리지 못하셨던 분들인데..
이제라도 여유를 가지고 인생을 즐기며 사실 수 있을것같다.
즐기는 방법을 모르실거라는게 문제긴 하지만.....


나도 기분이 정말 좋아졌다.
이제 IMF같은 청천벽력만 다시 발생하지 않는다면 아무 걱정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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