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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끄적끄적

군대. 시험.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2월중에 있을 전문연구요원시험을 위해 수험모드로 전환. 열공중인 요즈음이다.

전문연구요원시험이란?
이공계, 혹은 기초의학대학(?)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사람이 응시할 수 있는 시험으로,
이 시험에 합격하면 박사 수료 후부터 국방부 시계가 그냥 흘러가게 된다.
즉, 남은 박사과정 공부를 하는 것이 그대로 군 복무 대체가 되며, 기간은 3년이다.

이 시험을 위해 공부에 몰입하고 있다.
과목은 영어와 국사. 영어가 300점, 국사가 100점으로 영어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영어야 어떻게든 그동안 공부해온걸로 풀긴 풀겠으나
국사는 뭐...처음부터 새로 깡그리 외워야 하니. 공부비중은 자연 국사가 높다.
7년만에 하는 국사공부...새롭기도하고. 용어도 이것저것 바뀌어서 헷갈리고..
(ex. 굴식돌방무덤이 횡혈식석실분이라 불리더라...)
출제문제는 공무원시험과 비슷한데..이 공무원시험 문제란게 참, 골때리더라.
문제를 배배배배 꼬고...소심하기 이를 데 없어서.

"다음 중 맞는 것은?" 이라는 5지선다가 나왔다.
1. 발해는 천통, xx, xx, xx 등의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였다.

어 그렇지. 발해는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했지. 천통도 들어본거고. 답 1번~
했는데. 틀렸단다. 왜틀렸나 봤더니..뒤에 나열된 연호중에 하나가 고구려의 연호였다.
이뭐..........-_-

문제들이 이런식이다. OTL



뭐. 그래도 국사를 좀 다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도 평소에 있었고,
영어공부도 그동안 부족했던 문법과 어휘공부를 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으니 다행일까.
7년여간 내리누르고 있던 군대라는 굴레....이제 드디어 벗어던질 수 있는걸까.
군대의 압박은 해가 갈수록 커져만 갔고, 대학교 3,4학년 즈음부터는 한시도 군대생각에서 자유로운 때가
없었다. 내 미래에 대한 그 어떤 생각도 군대문제를 배제하고는 그릴 수가 없었고,
행동 하나하나가, 미래를 위한 결심 하나하나가 정말 힘들었다.
그래도 석사1년차 중반정도까지도 꽤 낙관적이었는데,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그 무게감이 극대화되어
마치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인 곳 위에 위태위태하게 서있는데, 엄청난 강풍이 몰아쳐서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그대로 떨어져 죽을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누군가 전문연구요원을 하고 싶다고 나에게 문의한다면.
"절대로 다시 생각해 보세요. 정말 진지하게. 심각하게. 설령 그게 군대를 가고싶지 않다는 이유는
 눈꼽만큼밖에 안되고, 어차피 상위과정으로 진학하고자 학구열에 불타는 상황에, 덤으로 얻어가고자 하는
 부산물쯤밖에 안된다고 할지라도. 다시한번 생각해보세요. 그냥 군대갔다오고 마음편하게 진학하시는게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내가 군대를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거라고 하면 딱히
반박할 순 없지만. 심리적 압박만으로 끝나는 문제는 아니다.
전문연구요원으로 석사를 마치고 취업을 하는 길을 택한다면, 일반적으로 학교를 졸업한 사람에 비해
그 길은 현저히 좁아지고, 어려워진다. 갈 수 있는 회사 자체가 극히 제한적이며,
그런 회사에 취업하는것도 상당히 어렵다는 말이다.
(뭐..카이스트, 포공쯤 되는 학벌이라면..할말 없다. 근데 포공도 떨어지고 하더라.
 연구실 선배도 전문연구요원으로 취업했는데, 포공나온사람이랑 다른데 2명이랑 4명이 최종면접가서
 결국 그 선배가 합격하고 포공은 떨어졌다.)
박사진학으로 전문연구요원을 노린다면, 그것 또한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뭐 박사진학을 결심하는게 힘들고 어쩌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전문연구요원은 외부활동이 허가되지 않기 때문에 강의를 할 수 없다.
강의를 할 수 없다는건. 상당히 큰 금전적 손해가 따른다.

말이 샜는데. 여하튼. 그런 고난의 길을 걷고 걸어. 이제 한달 좀 넘게 지나면 시험이고.
합격만 하면..합격만 하면......
ㅜ_ㅜ

눈물이 절로 흐른다.
군대의 굴레를 벗어던진 뒤의 내가 어떻게 변할지....
많은 것이 변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하고싶은것들이 참 많다.
박사과정...결코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 시간동안 오직 그것 하나만을 이룬다면 그것도 참 재미없지 않은가.


하고싶은 것 중 한가지. 피아노.

어릴적에 피아노를 꽤 오래 배웠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초등학교 2학년때인가 3학년때인가부터 시작해서 중학교 2학년 말경까지 배웠었다.
그때 이후 단 한번도 피아노를 잡아본 적이 없기에 다시 시작하려면, 처음부터 다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다시 배우고 싶다. 구체적인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일반 피아노를 구입하는건
공간문제상 절대 불가. 좁은 원룸에 피아노를 들여놓을 순 없지 않은가. -_-;
밤중에 연습해야한다는 시간-소음문제에서도 절대 자유로울 수 없고.
그래서 디지털피아노쪽을 고민하고 있는데.
제대로 하려면(소리가 어느정도는 나와 주고, 무엇보다 건반의 느낌이 실제 피아노와 비슷한 수준이 되려면)
한 60~70정도는 깨질 것 같다.
설렌다. 흥분된다. 떨리는 다리를 멈출 수가 없다.
언젠가 이 블로그에 아름다운 피아노소리가 울리게 될 그날을 생각해본다.


그러니까. 일단 시험에 합격하자. 파이팅!!!!!